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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 2006/05/21 23:13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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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진 지음
해냄출판사


최근 유럽 여행을 통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도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던 차였다. 인상적인 장면을 보면서, 숨 막히는 야경을 보면서, 그리고 도시를 유유히 흐르는 강과 도시와 하나되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감탄하던 내 마음과 눈은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이란 질문과 생각으로 귀결되곤 했다. 부럽다든지, 왜 우리는 이런 게 없는 걸까 란 열등감은 절대 아니었다. ~~ 멋지다. 아름답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나라, 도시도 분명 이런 아름다움을 갖고 있을 거야. 우리가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내 일상이고 늘 보는 것이라 그 아름다움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경탄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와 서점에 갔는데, 눈에 띄는 이 책,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건축가 황두진 씨의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여행 가기 전에도 내 눈길을 끌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미 내 팔에 안겨진 다른 책들의 무게에 이 책을 집을 손이 모자라 포기했던 책이었다.
다음에 읽자…” 그런데, 경험과 사고는 관심을 증폭시키기에, 이번에는 눈길이 손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저자인 건축가 황두진 씨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깔끔한 글솜씨로 풀어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의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그리고 경험과 사고의 깊이에 감탄했다. 서구에서는 물론 그렇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 하면 통상 공대 출신 아닌가?
공돌이가 뭐 이렇게 글을 잘 쓰시나? (공돌이란 표현에 많은 공대출신 분들께 죄송. 글의 묘미를 살리고자 사실, 내게 있어 이 표현은 비하의 표현이 아니라 애정의 표현이다.^^) 그의 경험과 사고의 축적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나와 함께 호흡하는 것으로 살아 움직이게 한다. 게다가 뭐가 부족하고 뭐가 아쉽다라는 것을 넘어 서울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서문에, 서울의 건축가는 자기 도시에서 영원한 이방인이다. 그는 끊임없이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대상을 더 잘 보고자 한다. 애정이나 자부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자기 도시를 보려 한다.라고 쓰여 있지만, 그의 작업과 서울에 대한 청사진에는 분명 서울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서문에 쓰인 말은 대상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성적,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도시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남아 있는 것들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600년 고도(古都) 서울이지만, 결코 도시가 어른스럽지 않다. 오히려 철들기를 기다리는 10대 같은 도시가 서울이다. 이 부분을 읽고 완전 공감했다. 나이는 많은데 어른스럽지 않은 도시 철들기를 기다리는 10대 같은 도시. 유럽의 역사가 긴 다른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우리 서울의 역사도 만만치 않다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so what? 사람도 나이가 들면, 철도 들고, 지혜도 쌓이고, 연륜도 묻어나야 하는 법. 그런데 그런 연륜이 묻어 나지 않는 이 나이만 먹은 도시가 서울인 게다. 런던에는 빅토리아 시대에 지은 백 년 이상 된 건물이 줄 지어 서 있다. 관광용 유적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의 이야기이다. 런던뿐 아니다. 대부분의 유럽의 고도(古都)들은 도시의 역사와 함께 숨쉬며 살아온 건물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 독특한 정취와 향취가 내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의 건물들은 어떠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부수고 다시 짓고, (경제,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린 것이긴 하지만) 재건축이 화두(話頭)이다. 낡고 손때 묻은 것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마도 고도성장시대의 후유증일 것이다. 물론 그게 서울의 모습이다…”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나 역시 남의 것, 남의 눈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니까 그러나 최첨단도 좋고, 편리함도 좋지만, 가끔 광화문을 지나 정동에 가서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안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과연 항상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서울의 모습일까 라는 자기 역설도 해보게 된다.


저자의 여러 가지 생각을 따라가는 여정은 재미있다. 자신의 역사, 자신의 경험, 자신의 답사를 통해 서울의 대한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그의 건축관을 물 흐르듯이 보여주고 있다. 그의
동네 건축가론, 개성있는 소도시론, 문화, 역사 도시, 도시와 호흡하는 캠퍼스 구구절절이 공감하며 읽었는데,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한강에 대한 그의 생각과 청사진이었다. 런던에는 템즈강, 파리에는 세느강.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이지만, 우리 한강이 그보다 못한 것은 없었다. 다만 그들의 강은 시민들과 너무나 가까운 강이었다. 내가 가본 모든 도시의 강들이 그러했다. 강변에는 앉아서 샌드위치 먹는 사람, 누워서 책보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그 강으로 접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강은 어떠한가? 한강정화 작업으로 깨끗해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지만,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나 역시 한강변에 간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자동차를 타고 올림픽도로를 타고 가다 빠져서 (에휴~~ 복잡하다) 게다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한강은 더 이상 자연 하천의 풍모를 갖고 있지 않다. 콘크리트로 결박한 매우 통제된 자연일 뿐이다. 그래서 한강의 일부 구간이라도 이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어야 한다.

한강이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운 자연, 삶의 공간이 되도록 하는 시도가 필요한 듯 하다.


저자에게서 서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껴지듯이, 나 역시 내 자신에게도 서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저자가 소개한 서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소가 너무나 애틋하고 나 역시 그의 서울 답사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제안한 서울의 명소 10의 마지막 리스트에 올려진 곳 (last but not least)
내가 사는 동네. 이 곳을 애정 어린 눈으로 탐사할 생각이다. 내 동네는 삶의 터전이자 내 꿈이 시작되는 곳이다. 동네를 둘러보고 이웃을 생각하라. 바로 그곳이 서울과 우주의 중심일지 모른다. 저자의 말이다. 어제인가 운전을 하고 가다 우리 동네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을 발견했다. 원래 알고 있었으니 발견했다고 하기 보다 느꼈다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시각을 바꾸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가까운 것들 서울 그리고 내가 사는 나의 서울은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책 안 표지에 소개된 저자의 개인 홈페이지(www.doojinhwang.pe.kr)를 방문했는데, 수 많은 건축작품과 칼럼 등에서 저자의 포스^^가 느껴졌다. 굉장히 인상 깊은 분이시다...

2006/05/21 23:13 2006/05/21 23:13
  • 남귀현 | 2006/07/04 12:03 | PERMALINK | EDIT/DEL | REPLY

    서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 서울, 그 것도 종로 한가운데 인의동이란 곳에서 태어난 나에게 서울은 그렇게 정이 가는 곳이 아니었다. 지금의 20대들에게 서울은 압구정동, 조명이 예쁜 한강다리, 두타 등등이 있는 도시이겠지만 내가 본 어렸을 적 서울은 가난한 나라의 뒷골목에 다름 아니었다. 자연친화적인 한강? 푸훗, 사실 웃기는 말이었다. 어릴 적 가본 자연친화적인 한강은 뻘이 가로막고 있어서 가까이 가볼 수가 없는 곳이었다. 결국 하얀 고무신 한짝을 빠뜨리고도 발이 빠져나오질 않아 엉엉 울던 기억이 난다. 어딜 가나 쓰레기 천지에 개X 밭이었고 거리엔 우마차가 다니느라 도로에 한무더기의 소X을 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른 나라엔 몇백년씩 된 건물들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부러워 하는데 내가 아는 서울은 원래 보존할 만한 건물이 별로 없는 곳이다. 즉 지금의 서울이 훨씬 나은 곳이지 옛 것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외모가 추해서 부끄러워 했던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나서 오히려 자랑스러워 했다는 감동적인 얘기들 처럼 서울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주관적인 관점이고 객관적으로 아무리 사랑이 숭고한 어머니라도 외모가 추한 건 역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너무 냉소적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저자의 시각이 너무 천진난만하게 느껴져 쓴소리 삼아 주절거려 본다

  • HY | 2006/07/17 07:3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자가 서울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느낀다는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의 공간과 환경에 대한 저자의 관심에서... 제가 저자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표현한 것 뿐입니다. 아마 책을 보시면 저자의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시각을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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