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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 2008/07/08 16:01

연필을 깎다가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지금은 글씨가 괴발개발이지만, 나름 어릴 적에는 명필 소리를 들었다.
경필대회에 나가 상도 탔으니 말이지...

초등학교 2학년 초에 공책 검사를 하시던 선생님 말씀이 떠오른다.
"혜영이는 글씨를 참 잘 쓰는데, 왜 이렇게 흐리지?"
글씨가 흐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연필에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글씨 쓸 때 쓰는 연필은 HB인데, 나는 유독 H 연필만을 고집했다.

(참고: H는 hard의 약자로 경도를 의미하며, B는 black의 약자로 농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H 숫자가 높을수록 딱딱하고 흐리게 써지며, B의 숫자가 높을수록 무르고 진하게 써진다. 우리가 미술할 때 쓰는 4B연필을 떠올리면 감 잡을 수 있을 듯...)

딱딱한 느낌과 흐린 글씨체가 마음에 들었다.
연필심이 딱딱하기 때문에 힘을 많이 줘서 글을 써야 했다.
그래서 지금도 글씨 쓸 때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런 탓인지 오랫동안 글을 쓰면 팔이 너무 아프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볼펜은 주로 심이 굵은 펜이다.
고등학교 때 한창 유행했던 하이테크펜은 잡고 싶지도 않다.
얼마 전 연필을 쓰고 싶어져 연필을 사러 갔는데, HB도 너무 얇다고 생각하면서 더 굵은심의 연필을 찾는 나를 보고 H나 2H를 찾던 초등학교 때 생각이 불현듯 났다.

이것도 성격의 변화를 반영한 것일까?

2008/07/08 16:01 2008/07/08 16:01
  • ㅃㄷ | 2008/07/09 10: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늘 힘 빡 주어 글씨를 쓰는
    혜영의 다부진 주먹이 생각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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